한의원의 비염 치료는, 근본적인가?

비염 치료로 한의원에 오는 부모님들께서 자주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양약을 먹으면 그때 뿐이고, 약을 끊으면 다시 심해지는 같아요. 그래서 한의원에서 ‘근본적’인 치료를 해보려구요.

잠깐, 오해를 없애기 위해서

먼저 서양의학 치료를 비판하는 건 아닙니다. 저도 알러지 비염이 있고, 꽃가루 시즌에는 항히스타민제를 한두번 복용합니다. 심한 가려움 증상을 빨리 잡아주는 효과가 좋습니다. 저는 소청룡탕 한약과 항히스타민제 양약을 몇번 복용하면, 비염 시즌을 힘들지 않게 잘 넘기는 편입니다. 하지만 비염 증상이 심한 아이는, 한두번 약으로는 관리가 힘들고, 약을 반복해서 오래 복용합니다.

그래서 비염을 ‘근본적’으로 뿌리뽑기 위해서, 체질을 바꾸는 목적으로, 한의원 치료를 고려하게 됩니다. 정말 한의원 치료를 비염 체질을 바꿀 수 있을까요?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한약 치료를 진행하고 1년 후에 재발율이 낮았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10년, 20년 후까지 비염이 재발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이렇게 연구하긴 힘들 듯 합니다. 그리고 한두달 한약 복용만으로, 10년 후까지 비염 예방을 기대하기는 무리일 것 같습니다.

다음 환절기에 또 심해질까요?

일단 다음 환절기부터 봐야겠죠. 비염 증상이 다시 재발할지, 이전처럼 비염 증상이 심할지, 사실 예측은 어렵습니다. 그래서 다음 환절기에는 비염이 괜찮을거라고 확신해서 말씀드리지는 못합니다. 어떤 아이들은 비염 치료를 진행하고, 1~2년 동안 비염 증상이 심해지지 않고 잘 관리되는 경우들이 있는 반면, 매년 비염 증상이 심해 치료가 계속 필요한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비염 한약 치료의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환절기 예측은 어렵지만, 일단 한약 치료를 끝내고, 바로 비염이 심해지는 경우는 적습니다. 한약 비염 치료는 크게 두 가지 방향, 염증 치료와 면역력 개선으로 이루어집니다. 염증 치료로 비염 증상을 줄이고 나서, 약한 면역력을 개선해 가능하면 비염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합니다. 이렇게 면역력 상태가 올라오면, 당분간은 비염 증상이 심해지지 않고 잘 지낼 수 있습니다. 면역력 상태의 개선은 최근 많은 한의학 연구를 통해 면역 수치가 개선되는 결과들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면역력은 전체 건강의 복합적인 결과입니다.

한약으로 약한 면역력을 개선할 수 있지만, 한약 치료가 끝나고나면 차츰 면역력이 다시 약해질 수 있습니다. 타고난 체질과 평소 생활이 중요합니다. 타고난 체질이 약하다면, 반복되는 외부 자극으로 코 면역력이 약해지기 쉽습니다. 평소 식생활이 건강하지 않다면, 건강한 면역력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초등 고학년, 중학생이 되면서, 군것질, 라면, 탄산 섭취가 늘어나는 아이는, 비염이 다시 심해지기 쉽습니다. 고등 시기에 학습이 많아 체력이 힘들고 스트레스가 심하면, 면역력이 약해져 비염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접근하면 비염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도 있습니다. 면역력 상태를 늘 건강하게 유지하는거죠. 건강한 음식을 먹고, 잠을 충분히 자고, 스트레스 관리를 하면서, 규칙적인 운동을 한다면, 비염 체질이 있더라도, 비염 증상 없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평소 생활을 이렇게 관리하는게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한약 치료가 도움이 됩니다. 어쩔 수 없이 약해지는 면역력을 한약 치료로 채워주는 거죠.

틀어진 면역력 방향 잡아주기

또 한 가지, 소아 시기 비염과 면역력 치료는, 면역력 성장의 방향을 잡아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저는 어린 나무의 성장으로 비유합니다. 어린 나무는 틀어진 방향을 잡아주기 수월하지만, 다 자란 나무는 어렵습니다. 소아 시기는 비염 치료 반응이 좋은 편이기도 하지만, 평생 면역력의 기초를 잡아주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어릴 때 비염을 잘 잡아주면, 비염 체질을 뿌리뽑지는 못해도, 비염 증상으로 힘들지 않게 지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한의학은 근본적인 비염 치료를 진행합니다. 설명이 길었죠? 진료실에서 미처 다 설명드리지 못한 이야기를 길게 풀어보았습니다. 한의학의 비염 치료는, 조금은 더 근본적인 접근이 가능합니다. 한의원 비염 치료를 고려하시는 부모님께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우리 아이의 비염이 심해지지 않고, ‘근본적’으로 잘 관리되도록, 저도 함께 애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