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형소아한의원, 새로운 로고 디자인

한의원 로고 만들기, 디자인작업

홈페이지 작업을 하면서, 한의원의 로고와 전체적인 디자인 작업을 새롭게 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개인 사업을 할 때 브랜딩이 당연한 작업이지만, 사실 한의원을 시작할 때에는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참 감사하게도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었네요. 디자인 이야기를 하려니, 여러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한의원의 첫 로고는 저와 썸(?)을 타던 친구가 해주었습니다. 처음 개원을 준비하며 의지만 앞선채 갈팡질팡하던 제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저에게 디자인 작업을 제안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파란색을 잔뜩 쓰고, 아이들에게 친근감을 주도록 동글동글한 예쁜 로고를 만들었습니다. 저의 캐릭터 디자인을 함께 만들어 컨텐츠와 인쇄물에 다양하게 활용했죠. 무라카미 다카시의 전시를 소개해줘 한줌이던 저의 예술적 지평을 넓혀줬고, 한의원에는 아직도 그 때 구매한 작은 엽서 액자가 있습니다. 그 친구 덕분에 넓고 황홀한 디자인 세계를 처음 경험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알고 보니 저는 예쁜걸 꽤 좋아하더라구요. 언젠가 그 친구를 다시 만난다면 꼭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제 예쁘게 만든 디자인 작업을 인테리어에 잘 담아야 합니다. 인테리어 작업을 하면서도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아직도 인테리어 사무실에서 만난 그 누나의 강렬한 눈빛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 누나에게는 제가 철없고 유복한 외동 아들처럼 보였나봐요. 제가 그런 인상이긴 합니다.. 예상과 다르게 물려받은 재산이 아니라 전부 빚으로 혼자 개원한다는 제 이야기를 듣고, 두 팔 걷어붙여 자기 일처럼 도와주었습니다. 인테리어 업체 사장이 간판 가격을 두 배로 뻥튀기하려는 걸, 간판 사장과 직접 연결해 비용을 절감해주었고, 밤 늦은 시간까지 함께 일러스트 작업을 하며 스티커를 자르고 액자를 붙이며 인테리어 작업을 했습니다. 여러 낮 여러 밤 저는 커피를 사서 부지런히 카페인을 주입했고, 그 누나는 장동건과 CF 광고 작업을 같이 했다며 저에게 여러번 자랑을 했습니다. 이 누나 덕분에 저는 지금 어도비를 구독하고 맥북에는 늘 일러스트 프로그램이 켜져 있습니다. 이 누나와는 ‘썸’을 타지 않아서 여전히 종종 연락하고 있어요.

두번째 디자인 작업은 두번째 인테리어를 해준 건축가님께서 제안했습니다. 이제 막 네덜란드 유학을 다녀온 전도유망한 건축가이셨는데, 혼자 끙끙대며 꾸려가는 한의원을 보고 좀 더 제대로 된 브랜딩의 필요성을 느끼셨나봐요. 저의 한의원에 과분한 너무나 멋진 프레젠테이션을 해주셔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우와, 이런 세상이 있구나. 가끔씩 경험하는 디자인의 세계는 참 멋져보입니다. 이번 디자인은 어린이 친화적인 느낌은 줄이고, 뭐랄까 디자인 잡지에 실릴 것만 같은 세련된 로고 디자인을 만들었습니다. 저는 정말 디자인 잡지에 실리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며 인터뷰 준비를 했지만, 아쉽게도 연락은 오지 않았습니다. 한 가지 기억에 남는 이야기, 파란색을 좋아해도 꼭 파란색 벽을 만들 필요는 없다. 처음 한의원은 한쪽 벽 전체가 파란색이었거든요. 두번째 한의원의 인테리어는 시선을 끄는 포인트에 적절히 파란색을 사용했습니다.

한의원 디자인에 이야기를 담다

이전에는 누군가에게 소개를 받고 디자인 작업을 제안받아, 조금은 수동적으로 디자인 작업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브랜딩과 디자인에 대해 잘 몰랐거든요. 돌이켜보면 나의 브랜드에 대한 확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디자인이 브랜드보다 앞서는 느낌이었습니다. 디자인은 예쁘지만 이야기는 담지 못한 거죠.

이번에는 제가 주도적으로 이끌었습니다. 가장 먼저 디자이너를 알아봐야했죠. 늘 선택은 힘듭니다. 의욕이 앞서 처음 연락한 디자이너의 비용은 저의 예산 밖이었습니다. 의사 소통 과정에서 살짝 마찰도 있었습니다. 어른이 되면 배려심이 더 생길 줄 알았는데, 저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나봅니다. 다시 디자이너를 알아봤고 이번에는 지인 찬스를 썼습니다. 앞서 알게 된 건축가님이 소개한 사진 작가님이 소개한 사진 작가 님이 다시 소개한 디자이너님을 섭외했습니다. 이 정도는 되야 인맥이죠! 이렇게 박소언 디자이너님을 만나게 되었고, 한의원 디자인 작업을 부탁드렸습니다.

멋진 브랜드들처럼 수많은 이야기를 디자인으로 한 순간의 시선에 담아낼 수 있을지 늘 의문이었습니다. 고작 10년 동안 한의원을 한 저에게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잔뜩 있었거든요. 놀랍게도 디자이너님은 성공하셨습니다. 아마 힘드셨겠죠. 디자인에 대한 지식이 살짝 쌓이다보니, 이런저런 요구 사항이 많아졌거든요. 하지만 디자이너님은 마치 차분한 펭귄처럼 매번 느긋하게 저의 요구 사항에 잘 응대해주시면서, 더 나은 디자인 결과를 만들어주셨습니다. 다시 한번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가장 큰 변화는 색상이었습니다. 저는 이전까지 쨍쨍한 색깔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직 어른이 덜 되서 어린이 감성에 머물러 있거나, 화려한 브랜드 광고들에 세뇌되었는지, 저는 늘 강하고 쨍쨍한 색상을 골랐습니다. 그게 저의 한의원과는 잘 어울리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저의 한의원은 차분한 나무 향기가 날 것 같은 편안하고 세련된 느낌을 지향(?)했거든요.. 그래서 처음 색상 선택에서 이견이 생겼습니다. 쨍하지 않아 밋밋해 보였습니다. 디자이너님은 인내심을 갖고 저를 천천히 물들였습니다. 지금은 이제서야 저의 한의원에 어울리는 색상을 찾았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로고와 파우치, 다섯 가지 색깔을 골랐습니다.

최민형소아한의원의 새로운 로고

혹시 관심을 가진 분들을 위해, 제 브랜드에 대해 조금 더 설명을 드릴게요. 먼저 그래픽 로고는 따로 만들지 않고, 한의원 이름에 디자인을 넣었습니다. 글자 디자인 하나하나에 큰 의미가 있진 않습니다. 한의원 이름 자체가 저의 브랜드니깐요. 디자인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로고는 가능하면 단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로고에서 모던하고 세련된 느낌이 들고, 그렇다고 딱딱하지 않고, 글자의 획에 곡선이 재치있게 들어가 부드러운 느낌을 잘 살린 것 같습니다.

파우치 디자인이 큰 고민이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우리 나라에서 가장 예쁜 한약 파우치가 될까? 저는 한약 식물을 선택했습니다. 보통 한약은 말린 약재, 달인 탕약의 느낌이 떠오릅니다. 어두운 갈색의 이미지이죠. 한약재가 되기 전에 살아있는 파릇파릇한 식물의 느낌을 담으면 어떨까? 그럼 건강하고 자연에 가까운 느낌을 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박하 그림을 담았습니다. 괜찮나요? 박하는 제가 글을 쓰면서 부모님들에게 가장 많이 추천드린 차입니다. 아이들의 보약과 비염 치료 한약에도 많이 사용합니다. 초록초록한 파우치가 한약 색깔의 땅에서 자라는 느낌으로 디자인했습니다. 실제 파우치가 제작되는 과정에서 살짝 아쉬운 점도 있지만, 그래도 초록초록한 식물의 느낌이 잘 담겼습니다. 한약을 복용하는 아이들의 마음과 건강에도 초록의 싱그러움이 물들기를 바랍니다.

사실 로고와 파우치 외에도 필요한 디자인 작업들이 많습니다. 제가 만드는 여러 컨텐츠들에 사용할 디자인 형식을 잡았고, 몇 가지 색깔들을 정했습니다. 디자이너님은 2~3가지 정도의 색깔을 제안하셨지만, 저는 5가지 색깔로 가자고, 강권…했습니다. 디자인의 관점에서 다섯 가지는 좀 많나 봐요.
그럼에도 저는, 제가 진료실에서 만나는 다양한 아이들의 체질만큼, 여러 종류의 색깔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저의 책에서 크게 다섯 가지 체질로 구별해서 다섯 가지로 정했죠. 우리 나라의 전통 건축물에서 쓰는 단청의 느낌을 떠올렸습니다. 한의원 디자인에 한국의 느낌이 들어가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웹 디자인과 여러 인쇄물에 다양하게 다섯 가지 색깔을 사용할 예정입니다.
여기까지 최근 몇 달 동안 디자인 작업을 진행한 이야기입니다. 저의 이야기가 더 잘 담기고 전달될 수 있도록, 정말 많이 신경써서 디자인 작업을 했습니다. 큰 작업을 몇 가지 완료했지만, 앞으로 해야 할 작업들이 훨씬 많이 남았습니다. 기본 디자인을 토대로 홈페이지를 만들고 있고, 컨텐츠 작업도 열심히 진행해야죠. 그래도 저만의 이야기를 담을 튼튼한 바구니가 완성된 것 같아 든든합니다.
혹시 디자이너님의 작업이 마음에 드신다면, 아래 링크를 참고해보세요. 디자이너는 참 멋진 직업인 것 같습니다.

더 살펴보기 > 박소언 디자이너 인스타그램

최민형소아한의원 감기 치료 이야기
아래 링크의 글을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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